‘AAAS 살롱’ 현장 스케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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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와 ‘안전’을 만들어갈 걸스의 새로운 첫 걸음
걸스로봇이 준비한 ‘AAAS 살롱’ 현장 스케치

따뜻한 바람이 막 불기 시작한 3월의 마지막 주말! 삼성동 ‘구글 캠퍼스 서울’에서는 걸스로봇 카카오 스토리펀딩 & 현장취재 보고회 ‘AAAS의 여자들’ 살롱이 열렸습니다.

이번 살롱은 진주 대표를 포함한 걸스로봇의 크루 네 명이 AAAS에 참여하며 느낀 점들을 보다 깊게 나누기 위해 마련됐습니다. 카카오 스토리펀딩 연재를 통해 살롱 참여 의사를 밝혀주신 분들과 더불어 학계, 언론계, 교육계 등 다양한 초대손님이 자리에 참석해 주셨습니다. 걸스로봇의 VVIP라고 할 수 있는 분들이죠!

걸스로봇의 VVIP는 카카오 스토리 펀딩에 조심스럽게 저희의 이야기를 올리기 시작한 때부터 지켜봐 준 고마운 분들입니다. 악플부대와 싸워준 분들, AAAS 팀이 공항에 도착했을 때부터 응원의 메시지를 보내준 분들, 걸스의 AAAS 탐방기를 고대한 그 분들 말이죠. 이번 살롱은 차마 글로는 담지 못했던 이야기를 털어놓고, 얼굴을 마주보고 이야기한 소중한 자리였습니다.

AAAS 살롱이 열린 구글 캠퍼스 서울은 주말 오후에 소풍 나오기 딱 좋은 곳이었어요. 테라스에는 거대한 유니콘 튜브가 놀고 있었고요. 자몽부터 카프레제까지 핑거푸드도 잔뜩 준비했습니다.

사실 살롱 장소는 일주일 전에 급박하게 결정되었습니다. 원래는 삼청동의 과학 서점 갈다에서 손님 몇 분과 소담하게 수다회를 열려고 했었어요. 그런데 갈다 땅에서 갑자기 온천수가 터지는 바람에 (…) 황급히 발품을 팔아 결정된 공간이 바로 ‘구글 캠퍼스 서울’이었습니다. 심지어 구글 캠퍼스는 지난 1년 간 주말에는 문을 굳게 닫고 있었는데요, Diversity & Inclusion을 몹시 중요하게 생각하여 걸스로봇에 공간을 전격 오픈해 주었습니다. 출입증 없으면 못들어가는 어딘가 비밀스럽고 힙한 공간. 우리의 봄 살롱은 여기서 시작되었지요.

드레스 코드는 퍼플! 타이부터 가디건, 스타킹까지 보랏빛 아이템을 장착한 걸스로봇의 VVIP 들이 자리를 채운 후 드디어 본격적인 행사가 시작됐습니다. 처음인듯 처음아닌 자연스러운 진행의 왕, ‘걸스의 BoA’, 세리가 나서 모두에게 편안한 자리를 만들어주었습니다.

‘걸스의 얼굴(마담)’인 진주 대표는 3명의 ‘사기꾼(!)’들을 이끌고 AAAS까지 가게 된 용감한 결정을 내린 사람이기도 합니다. 한국 과학계에서 일찍이 시도된 바 없는 크라우드 펀딩으로 AAAS 가기, 심지어 젠더렌즈 들이대기는 어떻게 탄생했을까요? 여기에 더해 그는 과학기술계 페미들과 함께 그린 큰 그림을 공유했습니다. 우리 ‘난년’들이 얼마나 많은데, 대체 왜 안 불러주나요? AI, 블록체인하는 여성들 왜 그 유명한 행사들에 구경만 가야하나요? 만들어달라 끼워달라고 조르고 화만 낼 게 아니라, 더 기다리지 않고 우리가 만들어버릴 겁니다. 이런 얘기하는데 안 즐거울 수 있나요.

걸스는 대중의 과학, 여성의 과학, 퀴어의 과학이라는 세가지 키워드로 AAAS에 다녀온 소회를 다시 정리해보았습니다. 발표자였던 세린, 윤원, 송아는 1. 문화를 통한 과학 교육, 2. 여성과 퀴어를 위한 안전한 공간을 주로 다루었습니다. 사실 발표자들끼리도 큰 상의 없이 발표 내용을 정했었어요. 그런데 AAAS에서 느낀 것들이 다들 비슷했는지, 자연스럽게 ‘안전’을 중심으로 이야기를 풀어나가게 되었습니다. 어쩌면 우리 크루들이 평소에 느낀 답답함이 반영되었을 지도 모릅니다. 평소 저희를 괴롭히던 문제들을 다시 고민하고, 부딪히는 과정에 AAAS도 있었던 거지요.

‘걸스로봇 진실의 입’, 세린은 푸에르토리코의 사례를 통해 대중과 함께 호흡하는 과학 교육을 다뤘습니다. 먼저, 푸에르토리코 출신의 하버드대 신경과학 박사 모니카 펠리모에를 소개했는데요. 푸에르토리코의 작은 마을에서, 과학에 가까운 인간이라고는 의사 밖에 본 적이 없었던 소녀가 뇌를 연구하게 되고, 공부가 모두 끝난 후 다시 고향 마을로 돌아가 커뮤니티를 변화시키는 여정이 흥미진진하게 펼쳐졌습니다.

그는 푸에르토리코에만 있는 꽃, 그 곳에만 있는 이웃들과 그들의 문화를 과학 교육에 녹여냈습니다. 그 결과 과학자의 씨가 마른 불모지에서 과학이 일종의 ‘문화’로 정착하게 됐습니다. 이런 ‘커뮤니케이션’이 큰 힘이 되었기 때문입니다. 여기에 감동 받은 세린, 세계 최대 과학 커뮤니케이터 발굴 프로젝트 ‘페임랩 코리아’에 참여하게 됩니다 (두둥). 말하기 국가대표 문소리 아나운서와 정상근 대표의 코칭으로 프로(!)의 길에 들어선 세린. 세린은 학부생 참가자로서 AAAS에서 느낀 부담감을 고백하기도 했지만, 실은 AAAS에서 제일 많이 배운, 또 변한 사람이기도 했습니다.

‘여성의 과학’을 발표한 ‘걸스의 브레인’ 윤원은 과학기술계의 성폭력과 문화적 코드가 되어버린 배제에 대해 이야기했습니다. “사기꾼 증후군(Impostor Syndrome)을 앓는 많은 사람들은 왜 여성과 퀴어일까?”라는 질문에서 시작합니다. 사기꾼 증후군은 자신이 이룬 업적이 모두 운과 우연에 따른 것이며, 곧 거짓으로 밝혀지리라 믿는 증상입니다. 헐리우드의 유명 배우인 엠마 왓슨, 나탈리 포트만도 가지고 있다고 알려져 화제가 되기도 했습니다. 과학기술계 내 소수자들 또한 예외는 아니었습니다. 이들이 경험하는 불안이 아마도 사기꾼 신드롬을 만들었겠지요.

윤원은 AAAS에서 본 세 가지 세션을 정리했습니다. 우선, AAAS에서 열린 사기꾼 신드롬 타파를 위한 워크샵에서 했던 활동을 소개했습니다. 두 번째로는 아파르트헤이트로 가시화된 남아프리카 공화국의 인종 차별이 어떻게 오늘날까지 이어지고 있는지를 다루었습니다. 흑인 여성 엔지니어가 남아공에서 살아남기가 얼마나 어렵던지요. 마지막으로는 메그 어리(Meg Urry) 예일대 교수가 학계 내 성폭력에 어떻게 대처했는지를 소개하며, 과학기술계의 성폭력이 드러나는 양상을 살폈습니다. 안전한 공간은 “NO”를 말하는 공간이 아니라 “Girls can do Anything”을 말하는, 누구나 무엇도 할 수 있는 공간입니다.

‘걸스의 하트앤소울’ 송아는 ‘퀴어의 과학’을 발표했습니다. 걸스는 송아의 발표를 리허설 때 들으면서 한 번 울고, 살롱에서 또 한 번 울었어요. 송아는 트랜스 여성으로 겪어야했던 차별과 배제를 고백한 이후, 그래서 우리 모두가 어떻게 안전한 공간을 만들 수 있는지 이야기를 연결해 나갔습니다. 송아가 경험했던 차별은 어떤 상황에서는 명백했고, 또 다른 경우에서는 더 교묘하기도 했습니다. 여권을 만들고 새로운 일자리를 구하는 과정에 산재했던 어려움, 카카오 스토리 펀딩에 연재한 글에 달린 악플들 하나하나가 또 다른 배제의 표현이었지요.

송아는 즉석에서 관객 한 분을 초청해 스토리펀딩의 악플들을 함께 읽기도 했습니다. 그리고는 이렇게 덧붙였습니다. “저희는 연재를 통해 나이팅게일과 뉴턴의 퀴어성에 대해 언급했습니다. 댓글을 통해 관찰할 수 있듯 대부분의 사람들이 ‘위인’들의 퀴어성을 언급하는 것조차 불편해합니다. 사실 이 이면에는 자신이 ‘표준’이고 그렇지 않은 사람이 ‘특수’하다고 여기는 심리 때문일 겁니다. 하지만 우리는 이미 알고 있죠. 수많은 소수자들이 ‘평범’합니다. 이들을 ‘평범’하게 받아들이는 것이야말로 가장 큰 안전이죠.

발표보다 더 의미있는 시간은 곧장 이어진 네트워킹이었습니다. 사실 AAAS를 핑계로 우리가 모인 진짜 이유이기도 합니다. 걸스로봇은 안전한 공간을 원한다고 말만 하는 위인은 못됩니다. 우리가 원하면 우리가 만들면 되니까요. 참석자들에게는 사전설문을 보내 어느 정도까지 정보 공개를 원하는지 묻고, 사진 찍기를 원치 않는 분들은 포토 노노 스티커를 붙이기도 했습니다. 이런 노력으로 만들어진 안전한 공간에서 우리는 이렇게 열정적으로 웃고, 손짓하며 ‘내 이야기’를 했습니다.

‘걸스의 정신적 지주’ 주한미국대사관 김대영 전문위원님과 진주 대표의 세상 햄볶한 표정

살롱의 행복한 분위기가 느껴지시나요? 걸스의 살롱은 한 동안 다른 내용, 연사들을 모시고 계속 이어질 예정입니다. 이 햄볶, 나만하기 아깝잖아요. 당장 4월 21일에도 멋진 새 이벤트가 준비되어있으니 Stay Tuned!

<필자: 장윤원,  편집자: 송아>
Special Thanks to, <컨트리뷰팅 포토그래퍼: 박승호 이화여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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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세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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