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 7화. AAAS 여자들 ‘나이팅게일이 레즈비언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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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의의 천사?
통계의 전사!

나이팅게일을 아시나요?

아마도 많은 분들이 어떻게 그를 모를 수가 있느냐고 반문하실지도 모르겠습니다. 크림전쟁의 부상자들에게 헌신한 ‘백의의 천사’를 말이죠. 의과대학에서 히포크라테스 선서를 하듯, 간호대학에서는 나이팅게일 선서를 하지요.

그런데 나이팅게일은 전장의 간호사이기만했던 것은 아닙니다. 그는 현장의 지식을 이론으로, 또 행정으로 옮겨온 탁월한 학자이기도 했습니다. 그러니 그를 백의의 천사로서만 기억하는 건, 오히려 그의 다채로운 면모와 업적을 가리는 일이 됩니다.

이 지적이고 여유로운 여성이 나이팅게일입니다, 여러분!

플로렌스 나이팅게일(Florence Nightingale)은 고전과 언어, 수학, 신학 등에 두루 재능이 있었던 여성이었습니다. 특히 영국 왕립통계학회의 첫번째 여성회원이 될 정도로 ‘통계학의 천재’였지요. 통계를 바탕으로 영국군의 위생을 개선할 근거를 마련해, 부상자들의 사망률을 획기적으로 줄이는 데 기여했던, 탁월한 보건행정가이기도 했습니다.

영국왕립통계학회의 로고.

그런 나이팅게일이 레즈비언이었다는 강력한 주장이 제기되고 있습니다.

나이팅게일은 사교계 생활도, 무도회에 가는 일도, 한 마디로 당대 상류층 여성에게 요구됐던 모든 걸 싫어했다고 합니다. 그런 기대에 맞춰 행동하는 여성들을 경멸하기도 했다지요. 그는 세상의 기준에 맞춰 살기를 기대하는 가족들과 수십 년을 불화했습니다.

간호학과 보건학, 통계학, 군 병원의 혁명적인 개선에 결정적인 역할을 했던 건 그 사이에 벌인 일들이었습니다. 그는 결혼이라는 제도에 묶여있지 않았고, ‘처녀’인 상태로 세상을 떠났다고 하는군요.

관련 연구에 따르면 나이팅게일에게는 열정을 다해 사랑했던 세 명의 여인이 있었다고 합니다. 사촌인 마리아나 니콜슨(Marianna Nicholson), 친척 아주머니인 메리 슈어(Mary Shore), 또 다른 사촌 힐러리 본햄(Hilary Bonham)이었죠.

나이팅게일 뿐만이 아닙니다. 뉴턴을 비롯해 과학기술계의 역사적 위인들이 높은 확률로 성 소수자였을 가능성이 계속해서 제기되고 있습니다. 그러게요,

왜 우리는 위대한 학자들이 ‘당연히’ 시스젠더 이성애자라고만 생각했을까요?

로셸 다이아몬드 NOGLSTP 대표. IEEE 펠로우이자 칼텍 연구원입니다.

<걸스로봇>이 만난 NOGLSTP의 창립자 로셸 다이아몬드(Rochelle Diamond) 대표

“사회에 기여한 많은 성 소수자들은 성 소수자로서의 정체성을 드러내지 못하고 가려져 있다”

라고 지적합니다. NOGLSTP 같은 퀴어 과학자 단체는 이처럼 가려진 위인들의 퀴어성을 밝혀내는 한편, 현실에서도 퀴어 과학자들이 자신의 정체성을 당당히 드러내 활동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고자 애씁니다. 나아가 이들 퀴어 과학자들을 롤모델로 삼아 다음 세대 퀴어 과학자들이 주눅들지 않고 자라나도록 합니다.

 

왜 퀴어 과학자
단체가 필요할까?

NOGLSTP는 500여 명의 멤버들이 활동하는 미국 내 퀴어 과학자 단체입니다.

학생들이나 제휴 단체를 제외한 숫자입니다. NOGLSTP의 전신은 1980년대 LA를 중심으로 모여든 게이/레즈비언 과학자 모임이었습니다. 여기에 엔지니어들이 합류하고 미 전역에 퍼져나가면서 지금과 같은 조직이 되었습니다. 이번 AAAS에서 NOGLSTP는 무려 12개에 달하는 세션을 운영했습니다.

NOGLSTP는 1995년 처음 AAAS의 제휴단체가 된 이래, 지속적으로 흥미로운 세션들을 진행해 왔습니다. 첫 해에는 “생물학적으로 남성과 여성은 구분 가능한가?” 질문을 던졌습니다. 이는 인터섹스(intersex), 트랜스젠더, 동성혼까지도 연결되는 주제였습니다.

다른 세션을 통해서는 HIV를 다루기도 했죠. 당시 하버드 의대는 혈우병 환자, 그리고 가족을 갖고 싶어하는 게이 HIV 감염인들을 대상으로 정자세척(Sperm Washing; 정액에서 정자를 따로 추출해 감염 위협을 최소화하며 인공수정하는 기술)을 시도하고 있었습니다. 다이아몬드 대표는 발생생물학자(developmental biologist)로서, 해당 기술의 위험성을 지적했습니다. HIV 바이러스는 정자 안에서 돌연변이를 일으킬 수 있고, 이러한 정자는 예기치 못한 문제를 야기할 수도 있었기 때문입니다. NOGLSTP는 AAAS를 통해 과학적인 연구결과들을 공유하며 해당 기술이 남용되지 않도록 제재하는 데 기여했습니다.

또 쌍둥이 추적조사를 통해 게이 남성의 유전자 검사를 진행하거나 HIV/AIDS 연구를 진행하는 등 과학적 연구방식이 사회적 편견과 소수자의 삶을 어떻게 개선해나갈 수 있는지 역시 입증했습니다.

이처럼 활발하게 활동해온 퀴어 과학자 단체도 트럼프 대통령 당선 이후에는, 상황이 몹시 어려워졌다고 합니다. 걸스로봇과의 인터뷰에서 다이아몬드 대표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트럼프 행정부는 놀라울 정도로 후퇴하는 중입니다. 그 중 하나가 시민권리장전 (Civil Rights Act) 7조와 9조의 진보적인 해석을 무화시키는 것입니다. 7조와 9조는 성차별에 관련된 내용으로 성별(sex)로 인한 일체의 차별을 금지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트럼프 대통령은 이 조항이 트랜스 여성들에게는 적용되지 않는다고 주장합니다. 이를 시작으로 트럼프 행정부는 LGBTQ 권리와 관련된 공식적인 정보들을 정부 웹사이트에서 삭제하고 있습니다.

오바마 행정부에서는 인구조사에 ‘당신의 성정체성은 무엇입니까’라고 묻는 조항을 포함시키기로 약속했는데, 이 결정 또한 트럼프가 번복하려 합니다.”

“트럼프는 오늘도 주사위를 굴린다…” 이런 블랙유머가 돌 정도로 미국 소수자들의 현실은 불안합니다. 이 짤은 즈이집 고양이가 앞발로 인터넷에서 주웠습니다, 판사님.

한국의 과학기술계 안팎에 있는 우리도 미국과는 또 다른 맥락에서 아주 불편한, 종종 위협적인, 그리고 가끔은 절망적이기도 한 하루를 보내고 있습니다. 그렇다고 주저앉을 수는 없지요. 삶은 계속되고, 또 억울해서라도 오래 살아야하지 않겠습니까.

그럼 우리는 무엇을 할 수 있을까요?

 

퀴어 과학자들을
위한 조언

다이아몬드 대표는 한국의 퀴어 과학자들에게 “안전한 공간을 만들고, 안전한 사람들을 찾으라”고 조언합니다. 기업이나 학교 등 각자의 자리에서 반드시 커밍아웃해야 할 필요는 전혀 없다고도 덧붙입니다. 무엇보다 중요한 건 개인의 안전이기 때문입니다. 감정적으로 몹시 힘들겠지만, 보다 전략적으로 움직이라고 권고했습니다.

다이아몬드 박사의 조언들은 다음과 같습니다.
먼저 일반적으로 적용될 수 있는 원칙적인 조언입니다.

1. 안전한 공간을 만드세요. 
2. 반드시 커밍아웃할 필요는 없습니다.
3. 앨라이를 찾으세요.

만약 기업에서 인사상 불이익 등 부당한 상황에 놓이게 되거나, 아직 구직 중인 경우에는 아래의 지침들이 도움이 될 겁니다.

1. 안전한 기업을 찾으세요. (*아래 퀴어 친화적인 기업들의 리스트를 참조하세요.)
2. 다국적 기업은 본사의 인사 원칙을 살펴보세요. 
3. 인력관리부(Employment Resource Group, ERG) 등 본사조직을 개편할 수 있는지 알아보세요.
4. 안전망이 될 수 있는 네트워크에 가입하세요.

미국의 퀴어친화적인 기업들입니다. HRC(Human Rights Campaign) 지수에서 100점을 받았는데 알고 보니 <포춘> 20위권에 들었네요. 퀴어 친화적인 기업들이 여성친화적이고, 또 환경친화적이라는 연구결과도 있습니다. 한 마디로 좋은 기업이라는 거죠.

학교에 남아 수학하거나 연구를 진행하는 분들은 아래 조언들을 살펴보세요.

1. 대학의 공식적인 정책들을 먼저 참고하세요. 여성정책부터 훑다 보면 LGBTQ 관련 정책도 발견할 수 있을 겁니다.
2. 해당 대학에 발을 걸치고 있는 외부인 중에서, 방문학자와 같이 조금 자유로운 입장에서 함께 이야기 할 수 있는 사람을 찾으세요.
3. 상대적으로 더 자유롭게 활동할 수 있는 학생 조직을 만드는 것도 좋습니다.

마지막으로 행정가들과 논쟁해야 할 때 역시, 전략적인 접근이 필요하다고 언급했습니다.

그들의 시선에서 긍정적인 논지를 펼치세요.
방어적인 논거를 꺼내들게 하지 말고 협상적 자세를 이끌어내세요.

“우리가 AIDS 운동을 진행할 때, 우리의 원칙은 다음과 같았습니다. 우리는 길거리에 나가 싸우는 대신 과학자 대 과학자로, 동료 대 동료로 설득하는 방법을 선택했죠. 흥미로운 점은 거리에서 싸운 이들이 있었기에 우리에게 더 많은 과학자들이 오기도 했다는 겁니다. 나는 여전히 이 전략이 유용하다고 생각합니다. 우리의 카운터파트들이 더 이해하기 쉬운 방식으로 싸우는 것입니다.

기업이 편견을 재생산할 때, 오히려 그들에게 개입할 방법을 고민해 보세요. (소수자의 인권을 보장하는 것이) 그들에게도 도움이 된다고 설득하세요. 그들도 무슨 일을 해야할지 모르는 상태일 겁니다. 우호적인 태도로 접근을 할 경우, 최소한 받아들이고 배우겠다는 사람들이 나타납니다.”

그 역시 이러한 원칙들을 세우기까지 수많은 역경을 몸으로 견뎌내야 했습니다. 그 역경과 고난, 극복의 경험들은 펀딩 종료 후 리워드로 제공할 예정인 [프로젝트 북]에 풍부하게 담았습니다. 펀딩에 참여하는 분들께 보내드리는 [한정판]입니다.

 

우주인 샐리 라이드
(Sally Ride)를 아시나요?

유서를 통해 레즈비언이라고 커밍아웃한, 최초의 미국인 여성 우주인 샐리 라이드 박사입니다.

유서를 통해 레즈비언이라고 커밍아웃한, 최초의 미국인 여성 우주인 샐리 라이드 박사입니다.

1983년 6월 18일 쏘아올려진 우주선 “챌린저” 호에는 샐리 라이드 박사가 타고 있었습니다. 그는 우주선의 로봇 팔을 개발한 전문 엔지니어였지요. 미국 최초의 여성 우주비행사로 발탁되고 기자회견에서 이런 질문을 받았습니다.

“우주 비행이 생식 기관에 영향을 미칩니까?”
“일이 잘 안 풀리면 울곤 하시나요?”

소련은 1963년에 이미 발렌티나 테레슈코바, 1982년에 스베틀라나 사비츠카야라는 두 명의 여성 우주비행사를 배출한 바 있었는데도 말입니다. 하기는 뭐, 우리나라에서는 십 년 전 배출한 최초의 여성 우주인이 부처 간 알력 다툼으로 ‘우주 바느질’을 했다지 뭡니까.

최초의 미국인 여성 우주인이었던 그에게는 죽기 직전까지 밝히지 못했던 비밀이 있었습니다.

바로 레즈비언이라는 사실이었죠. 재작년인 2016년 6월 18일에는 힐러리 “로댐” 클린턴이 그를 기리는 멋진 트윗을 날리기도 했습니다.

샐리 라이드 박사를 기리는 힐러리 클린턴의 트윗. 언니들 멋져요, 엉엉.

오랜 시간 그와 함께한 파트너이자 샌디에이고주립대 심리학과 명예교수 탐 오 소네시(Tam O’ Shaughnessy)를 두고 떠나는 유언장에서 샐리는 비로소 자신의 삶을 솔직히 밝혔습니다. 불과 2012년의 일입니다.
무려 2012년이 되기까지도, 독보적인 여성 우주인이자 물리학자였던 사람이, 자신의 성정체성을 밝힐 수 없었던 겁니다. 이후 지구에 남은 파트너 탐은 자신과 샐리의 관계에 대해 적극적으로 발언하며 활발한 활동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2013년 11월에는 샐리를 대신해 오바마 대통령으로부터 ‘대통령 자유 훈장(Presidential Medal of Freedom)’을 받기도 하죠. 네, 유명 토크쇼 호스트이자 레즈비언인 앨런 드제네러스가 받은 바로 그 상이에요.

샐리 라이드 박사의 파트너 탐 오 소네시 교수와 오바마 대통령(의 어깨입니다). © NAS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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